이런 여행

창밖에는 비가 내리고

거실에는 남편의 커피 향이 천천히 퍼진다.

나는 기타 줄을 가만히 튕기며

수줍은 듯 그 선율 위에 나즈막히 허밍을 얹는다.

오늘은 어디에도 가지 않아도 좋고,

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좋다.

이 순간이 좋아서

미리 적어둔 하루의 계획을 하나씩 지운다.

해야 할 일 대신

하고 싶은 마음만 남겨두고,

시간을 아끼는 대신

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낸다.

여행은 꼭 많은 곳을 보는 일이 아니라

평소에는 너무 바빠서 바라보지 못했던 것들을

오래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.

비 내리는 창밖을 보고,

커피 향에 잠시 머물고,

노래를 흥얼거리고,

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.